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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문학사

육당 최남선부터 윤대녕, 신경숙까지 우리 문학사 100년의 이야기 문학사는 문학의 역사임과 동시에 인간의 역사다. 20세기 우리 문학의 발자취와 문학적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저자는 이 같은 관점을 줄곧 놓지 않았다. 우리 현대문학은 조선의 전통 사회가 붕괴되고 근대적인 사회가 확립되는 때에 싹트게 된다. 이후 전반기에는 일제 식민지, 후반기에는 전쟁과 분단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문학만을 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대와 역사의 틀 속에서 문학을 바라본다는 것은 “문학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삶, 그러나 결국은 사람들의 삶일 수밖에 없는 것들에 대한 반응”이라는 저자의 문학 정의와도 이어진다. 한국 현대문학은 지난 한 세기, 격동의 시간을 기록한 ‘시대의 거울’이다. 문학은 우리..
육당 최남선부터 윤대녕, 신경숙까지
우리 문학사 100년의 이야기

문학사는 문학의 역사임과 동시에 인간의 역사다. 20세기 우리 문학의 발자취와 문학적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저자는 이 같은 관점을 줄곧 놓지 않았다. 우리 현대문학은 조선의 전통 사회가 붕괴되고 근대적인 사회가 확립되는 때에 싹트게 된다. 이후 전반기에는 일제 식민지, 후반기에는 전쟁과 분단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문학만을 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대와 역사의 틀 속에서 문학을 바라본다는 것은 “문학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삶, 그러나 결국은 사람들의 삶일 수밖에 없는 것들에 대한 반응”이라는 저자의 문학 정의와도 이어진다.
한국 현대문학은 지난 한 세기, 격동의 시간을 기록한 ‘시대의 거울’이다. 문학은 우리가 어떤 역사의 굴곡을 넘어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문학의 역사를 읽으면 한 시대의 역사와 삶의 면면은 물론 정치 ․ 경제 다방면을 아우를 수 있다.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는 수백 명의 작가, 수백 권의 작품이 등장하는 문학사 100년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 책이 한 줄기 큰 흐름으로 읽히는 것은 문학 장르에 대한 이해나 작가와 시대의 배경 설명이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각 시대와 문예 사조를 씨줄과 날줄로 삼아 문학사의 흐름을 정리한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문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시대적 배경과 문학 장르의 개념 해설에 지면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문학 전공자가 아닌 청소년 대상의 교양 도서라는 점을 충분히 반영한 것이다.
문학의 개념 설명에 있어서도 이 같은 배려는 두드러진다. 예컨대 저자는 본격적인 문학사의 흐름을 다루기에 앞서 먼저 현대문학의 범위와 개념, ‘한국 현대문학’ 과 ‘현대 한국 문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부터 짚어 준다. 1부 ‘현대문학이란 무엇일까’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한국의 현대문학’이 현대문학 가운데 한국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현대의 한국 문학’은 한국 문학의 보편성을 중심에 놓고 시기적 특성을 고찰한 것이다. 그리고 뒤이어 근대 이행기 문학, 1920년대 동인지 문학, 1920~30년대 카프 문학에서부터 해방과 전후 문학, 민중문학을 거쳐 1990년대 이후의 문학과 인터넷 문학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학의 시대별 특징과 장르, 작가와 작품 등이 일목요연하다.

우리의 문학이 곧 우리의 역사
한국 현대문학사의 이면을 엿보는 즐거움

문학은 비단 문학 작품뿐 아니라 작품 밖에서도 수많은 이야기들을 낳는다. 저자는 ‘쉬어가기’ 코너에서 이 이야기들을 함께 들려줌으로써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책 읽는 재미를 더했다. 이야기 안에 시대가 녹아 있음은 물론이다. 그중 몇 가지만 살펴보자.

▶ 영채를 되살려 낸 독자의 입심
〈무정〉에서 형식을 사이에 두고 선형과 삼각관계를 이루었던 영채가 죽음으로써, 〈무정〉은 형식과 선형의 아름다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소설이 막바지에 도달한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영채와 신여성 병욱을 만나게 함으로써 영채를 되살려 냈다. 영채를 되살려 낼 수밖에 없는 것은 영채가 대표하는 가치가 비록 봉건적인 것이었다고는 하지만 당대에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문 연재를 하고 있던 〈무정〉에는 많은 독자가 있었는데, 신문사로 ‘영채가 불쌍하다’, ‘영채를 그냥 죽일 것이냐’ 하는 독자들의 편지가 쇄도했다고 한다. 이광수나 신문사 측으로서는 독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여섯 번이나 개작되었던 최인훈의 <광장>
장편 소설 〈광장〉은 무려 여섯 번의 개작을 거치는데, 〈광장〉도 〈무녀도〉처럼 처음 발표했을 때와 개작을 거친 다음은 매우 다르다. 특히 주인공 명준이 죽는 이유가 완전히 다르다고 해야 할 정도이다. 이명준이 자살을 하는 것은 개작 전이나 개작 후나 같지만, 자살하는 원인이 달라진다. 초판에서 이명준은 자신이 두고 온 두 여인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다. 하지만 마지막 개작본에서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과 그 여인이 가졌을 딸을 상징하는 두 마리 갈매기를 따라 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 다른 생을 꿈꾸면서 말이다. 이렇듯 〈광장〉의 개작은 마지막 죽음의 의미를 완전히 바꾸어 버렸던 것이다.

▶ 살아생전에 유고 시집을 낸 시인, 천상병
천상병은 술로 나날을 보내다가 어느 날 실종되고 만다. 친구와 친척들은 백방으로 천상병을 찾아다녔지만 결국에는 찾지 못하고, 어디선가 죽었을 것으로 단정하고는 이전에 발표했던 시들을 모아 유고 시집을 낸다. 그 시집이 《새》라는 시집이다. 하지만 천상병은 살아 있었다. 유고 시집이 나오고 난 뒤에 아마도 술을 마시고 거리를 헤매던 천상병을 누군가 행려병자로 보고 병원에 입원시켰던 모양이었다. 자신의 유고 시집을 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 천상병은 자신의 유고 시집을 살아서 본 처음이자 마지막 시인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쉬어가기’에는 조선의 발렌티노였던 임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사람 이름을 역명으로 삼은 김유정역, 정비석의 <자유부인>과 남정현의 <분지>가 빚은 필화 사건 등을 흥미롭게 전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의 참된 가치는 우리 현대사가 오롯이 새겨져 있는 100년의 대표 작품과 문예 사조에 대한 풍성한 해설에 있다. 식민지 조선의 상황에서 태동한 리얼리즘, 모더니즘, 순수문학에서부터 1970~80년대의 민중문학과 노동문학 그리고 90년대 이후의 포스트모더니즘과 페미니즘, 인터넷 문학을 대하노라면 ‘우리의 문학이 곧 우리의 역사’였음이 마음으로 와 닿는다. 저자는 이 같은 관점을 바탕으로, 친일 작가 논란이나 30년대의 전향 문학을 비껴가지 않을 뿐더러 카프나 노동 문학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소개 또한 값지다. 최남선, 김소월 등 현대문학의 새벽을 열었던 이들을 비롯하여,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는 황석영, 조정래, 박경리, 박완서 등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폭넓게 다룸으로써 문학사의 이해를 넘어 또 다른 문학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문학의 친절한 안내자라 해도 좋을 것이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현대 소설과 비평을 전공했습니다.
대학원에 다니던 1980년대 중반, 당시에는 금기시되었던 일제 강점기 사회주의 문학, 특히 소설가이자 비평가였던 김남천에 매료되어 김남천 연구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박사 논문을 쓸 때까지 십여 년 동안 1930년대 후반의 문학에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1930년대 문학은 1980~90년대의 문학과 많은 점에서 비슷해 현재의 거울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1940년을 전후한 친일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문학사상》 비평 부분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비평가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한국근대문학과 계몽의 서사》, 《문학의 위기 위기의 문학》이 있으며 번역서로 《고삐 풀린 현대성》(공역)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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